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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 음악에 대한 대중의 오해

Dreamer M 2022. 8.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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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와 통기타는 다른 악기
상업음악과 순수음악이 혼합되어 일반인들에게 노출되는 20세기 말 음악문화의 전반적인 문제이겠지만, 음악의 소리를 이루어내는 재료인 악기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게 되는 혼란과 오해의 정도가 기타만큼 큰 경우도 없을 것 같다. 이를테면, 신시사이저와 크고 작은 전자 키보드가 음악을 만들고 있다 해도 이것들을 피아노와 혼동하는 일반인은 없으며 한때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악기로 경멸조로 불려지던 '깽깽이'와 클래식 연주에서 사용되는 바이올린이 실상은 동일한 악기라는 사실 역시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기타만큼은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이러한 최소한의 분별력조차도 심어주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70년대에 한참 통기타 문화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번져갈 무렵 기타를 연주할 줄 안다면 으레 신청받는 곡이 '로망스'였으니 이때부터 이미 일반인에게 기타음악은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선이 무너진 채로 인식되고 있었던 셈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같은 대중적인 곡이 보통의 통기타 음악이 아닌 클래식 기타 음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이들조차도 클래식 기타가 보통의 통기타와 어떻게 다른지, 즉 모양이 어떻게 다르며 연주 방식이나 레퍼토리는 어떤 차이를 가지는가 하는 조금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백지인 경우가 허다하다.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는 어떻게 다른가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은 기타 음악을 클래식 음악의 범주에서 제외시켜 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잘못된 시각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기타라는 악기가 음량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이 완성되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에 실내음악을 위한 독주악기로 만족한 채 다른 클래식 악기군으로부터 소외되어버린 데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악기에도 뒤지지 않는 표현력을 가졌고 반주악기를 동반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한 기타의 장점이 이렇게 음량부족이라는 약점에 의해 과소평가되고 클래식 악기의 세계에서 멀어졌을 때 그런 기타를 흡수했던 계층이 소외받는 계층, 즉 집시와 같은 무리들이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기타는 이리하여 순수음악과 결별하고 민중 속으로 은둔하는 사생아를 일찌감치 잉태했고 이러한 사생아는 민중의 춤과 노래에 어울리며 민중들의 고독과 한을 함께 나누는 운명을 걷게 된다. 스페인의 플라멩코 기타 음악과 대서양을 건너 흑인음악과 기묘한 만남을 이룬 미국의 재즈와 블루스 기타 음악은 이러한 면에서 공통적인 기타의 사생아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플라멩코가 기타 음악의 근본적인 맥을 스스로의 오랜 전통 속에서 그대로 유지하며 기타 음악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었던 반면에 미국으로 건너간 기타 음악은 외형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커다란 변모의 과정을 겪으면서 거의 그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변모의 과정 끝에 오늘날 통기타라 부르는 '웨스턴 스타일 기타'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의 분류기준으로 볼 때 스페인 플라멩코 기타 음악의 대부분은 정통 클래식 음악의 범주 속에서 파악된다. 그 이유는 첫째, 사용되는 악기가 전통적인 클래식 기타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둘째로, 류트가 인기를 얻었던 유럽에 기타를 전파시킨 종주곡이 스페인이라는 점에서 그 정통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또한 연주기법에 있어서 전통적인 클래식 기타의 연주기법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클래식 음악보다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더 잘 알려진 스페인의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파코 데 루이사가 몇 해 전 스페인 TV방송에서 '아랑페즈 협주곡'을 멋들어지게 협연해 내던 모습 - 그는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를 정도로 클래식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기타리스트이다 - 은 플라멩코 기타와 정통 클래식 기타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클래식 기타(classical guitar) 어쿠스틱 기타(acoustic guitar)

이에 반해 웨스턴 스타일 기타는 장력이 약하고 수명이 짧은 양창자를 꼬아 만든 기타 줄을 쇠줄로 바꾸고 왼손에 부담을 주는 넓은 네크 부분을 좁게 만들어 좀더 편하게 화음연주를 할 수 있도록 개량되었다. 이렇게 변모된 기타는 쇠줄이 이루어내는 금속성 소리를 가지고 리듬악기를 돕는 역할과 부분적으로는 다른 악기의 반주를 도움받아 단선율적인 솔로 연주를 하는 역할로 그 기능이 양분되었다.
기타가 쇠줄을 가지게 됨으로써 연주기법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즉, 손톱이나 손끝을 이용하여 미묘한 음색을 추구하던 정통 클래식 연주법이 거부되고 주로 피크를 이용해 현 전체를 훑어 내거나 한줄씩 강하게 튕기는 형태로 오른손 주법이 단순화되고 왼손 주법 역시 7화음이나 9화음을 이용, 다양한 화성 패턴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게 되는 한편, 현을 위아래로 밀어내 음높이를 올리고 내리는 밴딩 주법이 금속줄의 특성을 살려내는 데 쓰이게 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전기증폭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금속성 소리의 강조는 일렉트릭 기타를 탄생시켰고 로큰롤 음악을 비롯한 상업음악에서 이러한 기타 소리가 커다란 몫을 해내면서 정통 클래식 기타와는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지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현재 통기타라 부르는 기타는 몇 해 전 미국의 팝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에 의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가 사용한 기타는 이른바 언플러그드 기타(Unplugged Guitar), 즉 전자음을 쓰지 않은 웨스턴 스타일 기타였다. 이 기타는 앞서 설명했듯 쇠줄을 사용하는 네크가 좁은 반주용 기타를 의미하는데 클래식 기타와는 완전히 다른 악기로 보는 것이 옳다.

(최유준 / 음악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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